[번역] 아마존 수익 분석, AWS와 광고 — 벤 에반스

아마존 이커머스, 마켓플레이스, AWS, 광고 매출 및 수익 분석

Harry Lee
9 min readSep 17, 2020

다음은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탈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의 파트너로 잘 알려진 미디어 및 테크 애널리스트로 베네딕트 에반스의 블로그 글 “Amazon’s Profits, AWS and Advertising”을 번역한 글입니다.

반독점 규제, 물류센터 노동환경 등 아마존을 둘러싼 여러 논쟁 중 가장 오랫동안, 가장 자주 다뤄지는 주제를 고르자면 바로 아마존닷컴의 ‘수익성’일 것이다. 판매량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점유율 또한 계속해서 상승하여 2019년 기준 미국 전체(온·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7~8%를 차지하지만, 아마존은 단기적으로 큰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기업으로 매해 평가되곤 한다.

하지만 위 그래프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매출 상승세가 부각되어 몇 년 동안 순이익은 정체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프를 확대해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었다는 걸 볼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먼저 ‘아마존닷컴’(이커머스와 마켓플레이스를 아우르는 전자상거래 부문)의 출혈을 상쇄할 만큼 막대한 이익을 내며 아마존 전체 수익을 견인한 ‘AWS’가 있다. 2000년대 초 AWS를 출시한 아마존은 최근까지 AWS 부문의 매출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AWS 요금이 당시 서버 운용 비용 대비 워낙 낮았던 터에 AWS의 수익성에 대해 많은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2015년 경영 정보를 더욱 자세하게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에 따라 AWS 부문 매출과 함께 클라우드 사업이 사실상 아마존의 수익을 견인한다는 점이 공개되었다. (법률 개정에 따라 아마존은 2013, 2014년 자료를 함께 공개했다.)

만약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미국 정치권이 제안하는 것처럼 반독점법 위반으로 아마존이 ‘아마존닷컴’과 ‘AWS’로 쪼개진다면, 아마존은 영업이익의 70%까지 기여했던 최고의 수익 사업을 잃고 아마존닷컴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을 올리게 되거나 유통·물류 사업 확장 속도를 줄이게 되는 등 지금처럼 월마트와 같은 전통적인 유통기업에도 더 이상 큰 위협을 가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AWS만으로 2017년 이후 급격히 개선된 수익 흐름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 2015년, 2016년 아마존의 영업이익 대부분이 AWS에서 발생한 것은 사실이나 아마존의 미국 ‘아마존닷컴’ 또한 이미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아마존의 ‘주력 서비스’인 이커머스 및 마켓플레이스가 AWS 대비 수익성 측면에서 뒤떨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 이는 영국, 독일, 일본, 인도 등에서 전개하는 해외 아마존닷컴 사업이 미국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마존의 수익을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AWS, 미국, 해외(RoW, Rest of World) 세 부문으로 나누어볼 필요가 있다. 아마존을 분석할 때 흔히 범하는 실수는 아마존이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몇 개의 항목으로 뭉뚱그려 본다는 것이다. 미국과 해외 사업을 하나의 ‘AWS 외’ 항목으로 묶어 분석하면 본격적으로 수익성 안정궤도에 진입한 미국 사업은 간과한 채 ‘아마존의 유일한 수익 사업은 AWS뿐이다’라는 잘못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예로, 해외 손실 규모가 특히 컸던 2017년을 보면 해외 손실 $3B이 미국 수익 $3B을 완전히 상쇄해 AWS가 거의 유익한 수익으로 보이게 된다.

따라서 아마존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AWS, 미국, 해외 부문으로 분류해 공개한다 (AWS의 엄청난 영업이익률 또한 다음 그래프에서 볼 수 있다).

나아가 아마존은 2014년부터 연말사업보고서(10-K)를 통해 사업별 매출도 공개하고 있다 (영업이익 비공개). 아마존의 초기 비즈니스 모델로 아마존이 상품을 직접 매입하여 아마존닷컴에서 판매하는 직매입(first-party, 1P) ‘이커머스’ 부문은 총 매출의 절반까지 줄어들었고, AWS와 제3자 판매자(third-party seller, 3P)가 아마존 오픈마켓에서 상품을 판매·유통하는 ‘마켓플레이스’ 부문으로 이루어진 플랫폼 사업은 1/3까지 증가했다.

아마존의 플랫폼 사업 중 하나인 마켓플레이스는 제3자 ‘셀러’가 아마존을 통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판매 창구와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사용료와 판매액의 10~15%를 수수료로 받는다. 아마존이 실적발표를 통해 공개하는 마켓플레이스 부문 매출은 미국 회계법에 따라 상품 판매 총액, 즉 ‘거래액’을 반영하는 이커머스 부문과 달리 서비스 사용에 대한 이용요금과 중개 수수료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닷컴에 입점한 제3자 판매자가 $1,000짜리 TV를 판매하면 아마존은 대략 수수료로 $150 정도를 수수료와 물류대행 비용으로 받고 해당 판매 건에 대한 매출을 ($1,000이 아닌) $150으로 보고한다는 뜻이다.

최근 아마존은 주주 서한에서 아마존 이커머스와 마켓플레이스가 각각 아마존닷컴의 총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르면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된 상품의 총금액 ‘Gross Marketplace Value (GMV)’은 아마존닷컴 총 거래액의 60%를 차지한다.

5년 전부터 마켓플레이스 거래액이 아마존의 본래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이커머스 거래액을 추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아마존은 직접 상품을 매입·판매하는 전통적인 이커머스보다는 여러 셀러가 물건을 팔 수 있는 ‘오픈마켓’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즉, 아마존이 내부비용을 부담하고 자사가 개발한 디지털 및 물류 플랫폼을 이용해 제품을 판매하는 여러 제3자 판매자 중 하나가 된 셈이다.

그리고 이 ‘아마존의 플랫폼화'는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총액을 매출로 단순변환하여 계산할 때 더욱 명확하게 나타난다. 이때 아마존의 총 매출은 $280B에서 $450으로 크게 늘어난다.

아마존의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와 더불어 ‘광고 및 기타’ 사업 또한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2013년 ‘아마존 광고 플랫폼’(Amazon Ads Platform, AAP)’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광고 시장에 뛰어든 아마존은 지난 5년 사이 자그마치 $15B 규모의 광고 사업을 일궈냈다. 전체 매출이 $280B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비중의 사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단순히 매출로 비교해도 우버의 전체 매출을 뛰 넘는 수준이다.

아마존은 ‘광고 및 기타’ 부문에 대한 영업이익을 공식적으로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대략적인 규모를 추산해볼 수 있다. 아마존닷컴이라는 이미 구축되어 있는 기술 인프라와 이를 운영하며 축적된 엔지니어링 자원을 사용하고, 초기에는 광고를 판매하기 위해 세일즈 및 운영 인력을 투입했겠지만 지금 대부분의 과정이 자동화되었을 거라는 점에서 마진율이 높은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광고비 뿐만 아니라 광고로 인해 아마존닷컴에서 발생하는 거래액 또한 늘어난 다는 점에 부수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다.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알파벳(구글)의 경우 연구개발 비용과 ‘트래픽 획득 비용(Traffic Acquisition Cost, 광고를 노출시기키 위해 타 사파리, 파이어폭스 브라우저 등 타 기업의 자산을 대여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차감하지 않았을 때의 영업마진은 57%다. 아마존의 광고 매출을 이 값과 AWS 영업이익율 26%에 적용해보면 ‘광고 및 기타’ 부문의 영업이익은 AWS를 제외한 아마존의 영업이익과 비슷하거나 많게는 심지어 AWS에 버금가는 규모로 추정된다.

6년 전 필자는 “아마존이 아직 수익을 못 내고 있는 이유”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 바 있다.

먼저, 아마존은 더이상 하나의 비즈니스로 이루어진 기업이 아니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각기 다른 성숙도와 수익률을 띄는 여러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일부는 미국 아마존닷컴과 AWS 처럼 시장의 엄연한 선두주자로 자리잡아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일부는 초기 스타트업 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훗날 성장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 내 여러 사업의 이익과 손실이 합산되어 다시 분배·투자 되다보니 이와 같은 내막이 겉으로는 잘 들어나지 않는다. 아마존이 아마존닷컴의 상품을 계속해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이유도 유통 및 물류 인프라(이커머스-마켓플레이스), 디지털 인벤토리(아마존닷컴-광고) 등과 같은 공통의 플랫폼과 하나의 재무제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아마존은 순이익이 아닌 ‘현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제프 베조스는 항상 순수익보다 ‘12개월 후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임대료, 장비, 연구개발, 유지보수 등의 등의 고정비용과 부채를 지불한 후 남은 현금흐름의 양)’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를 기준으로 아마존의 재무건정성을 평가해왔다 (전통적인 지표인 순이익보다 잉여현금흐름에 초점을 맞추면 당장의 수익 증대 보다는 고객 만족과 기업 성장을 위한 추가 투자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이를 의사결정에 반영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몇 년간 일부 부문에서 아마존의 수익률이 기업가치와 매출에 비해 낮았던 것은 사실이나, 아마존은 2002년 부터 약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매해 ‘긍정적인 현금흐름(positive cashflow)’을 유지해왔다. 만약 영업이익 뿐만 아니라 이 현금흐름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면 베조스의 시각에서 아마존을 한 층 더 깊게 이해하고, 스톡옵션, 현금전환주기(Cash Conversion Cycle, 재고 구매를 위해 지급한 현금이 상품의 판매를 통해 다시 기업으로 유입되기까지의 기간)등의 흥미로운 지표도 계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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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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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Harry Lee

Made in Seoul, brewed in Vancouver. Interested in tech, startup, venture capital, and journalism.